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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중 이유 없는 재채기와 호흡기 불편함. 원인은 사람도, 에어컨도 아니었다. 오래된 가죽 의자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이 알레르기 증상인 재채기를 유발했던 것
1. 아침 회의 후에 시작된 갑작스런 재채기
아침 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재채기가 터졌다.
평소처럼 누군가 다리를 꼬아 신발 냄새가 올라온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재채기가 반복됐다.
회사 회의실은 매일 두 번 이상 사용하는 익숙한 공간인데도,
갑작스럽게 호흡기에서 ‘전구증상’이 올라왔다.
코 안쪽이 근질거리기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 준비하는 그 미묘한 불쾌감.
나는 그 느낌을 오래 겪어와서 안다.
어딘가에 ‘지금 호흡기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다.
그날, 나는 회의 내용보다 주변 환경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2. 일정한 시간에 진행되는 회의
내가 재직중인 회사는 아침과 오후 각각 일정한 시간에 회의를 한다.
필요하면 언제든 긴급 회의도 소집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다음날 아침 회의 대비용 회의에 가깝다.
나는 회의 때마다 조심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신발과 다리 꼬기’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버릇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발 바닥 재질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이 상대방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예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에게 재채기나 통증을 유발하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하지만 그날은 누군가의 신발 탓이 아니었다.
자극은 다른 곳에서 왔다.
3. 퇴사한 직원이 앉았던 가죽 의자
회의실을 둘러보며 나는 작은 변화들을 떠올렸다.
몇개월 전, 회의실 의자 다섯 개가 교체되었다.
원래는 모두 바퀴가 있는 종류였는데,
그중 다섯 개만 고정형 가죽 의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 사실이 떠오르는 순간,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그 의자들은 회의실 앞쪽, 모니터 쪽에 놓여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비교적 떨어진 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퇴사한 직원 자리 옆으로 옮겨 앉으면서, 가죽 의자 바로 옆에 앉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내가 그 의자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을 직접적으로 흡입하는 구조가 되었다.
4. 가죽 의자에서 방출된 화학물질
가죽 의자는 새 신발, 새 가방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뭔지모를 가죽 냄새’를 갖고 있다.
이 냄새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다.
揮散되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이다.
일반 사람들은 약하게 느끼고 지나가지만,
민감한 사람에게는 아래와 같은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
재채기
비강 압박감
미세한 두통
가슴 통증
답답함
전구증상(재채기 직전의 불쾌 신호)
그리고 내가 앉은 자리에서 그 중 전구증상과 재채기가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나만 재채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나처럼 민감한 직원 여러 명도 재채기를 하고 있었고,
결국 항히스타민제를 코에 뿌리며 버티고 있었다.
문제는 분명히 그 의자였다.
5. 가죽 의자에서 멀리 떨어져 앉기
나는 그날 이후로 그 고정형 가죽 의자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다.
회의는 계속되었지만, 호흡기를 자극하는 물건과의 거리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가까이 있으면 재채기가 터지고, 조금만 떨어지면 가라앉는 걸 보면
원인은 너무 명확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 의자 자체를 회의실 구석으로 치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내 권한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의자에서 벗어나려고 옆으로 밀어놓으면 해당 의자에 익숙한 직원이 다시 가져와 앉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속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대표이사가 일찍 출근해
문제가 되었던 고정형 가죽 의자가 오래 되었다는 이유로 전부 회의실 끝으로 치워버린 것이다.
회의실 구조가 다시 바뀌었고,
문제를 만들던 그 의자들은 더 이상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이후로 회의 중 재채기, 압박감, 불쾌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6. 알레르기 원인 물질 제거가 우선
이러한 글을 쓰면서 항상 반복되는 이야기는 단 하나.
호흡기를 자극하는 물건을 가까이 두면 알레르기 증상은 반드시 나타난다.
반대로 원인 물질을 멀리하면 증상은 거의 즉시 사라진다.
알레르기의 핵심은 약이 아니라 ‘거리’다.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그것과 떨어지면 해결된다.
회의실, 사무실, 집, 차 어디든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가죽 의자, 신발, 가방, 책상 표면, 리모컨, 우산…
모든 물건은 화학적 방출량이 있고,
호흡기 바로 근처에 놓이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내 경험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관찰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패턴’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유 없는 재채기·두통·가슴 답답함을 느낀다면
환경 속 작은 변화를 한번 의심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