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화학물질 노출 후 13일 간 이어진 심각한 눈 충혈과 통증

깊은우물 2025. 12. 28. 01:31

10년 넘게 화학물질 자극을 추적해온 나에게 발생한 심각한 눈 충혈 사건. 황산·불산·과산화수소 혼합 용액 노출 이후 회사 유니폼, 아기띠 노출 되었을 때 발생 한 눈 충혈


1. "이 정도면 이제 웬만한 화학적 자극은 다 안다”라는 생각

나는 화학물질로 인한 자극과 알레르기 반응을 10년 넘게 추적해왔다.
비염으로 시작해 재채기, 흉부 압박감, 두통, 피부 가려움, 손가락 피부 박리까지.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약으로 덮지 않고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 정도면 이제 대부분의 패턴은 안다”는 생각이 생겼다.

하지만 이번 눈 충혈 사건은
그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2. 등을 돌리고 있었는데 화학물질에 노출 되었늘까?

2025년 5월 9일 금요일 오후.
업무 중, 약 10m 거리에서 소방호스로 상수도를 제품에 발사하여 제품 표면의 황산, 불산, 과산화수소 혼합 용액을 씻어내고 있었고,
그 과정 중에 세척수는 공기 중으로 분사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공기 중으로 분사된 세척수를 정면으로 보지도 않았고,
냄새를 맡지도 않았다.
오히려 등을 돌린 상태였다.

그날 날씨는 유난히 더웠고
나는 회사 유니폼 반팔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그 순간
아무런 반응은 없었다.
그리고 퇴근하여 집으로 향하였다.
 

3. '불편함'이라는 첫 이상 신호

퇴근 후 저녁,
눈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느껴졌다.

따갑다 ❌
아프다 ❌
가렵다 ❌

그보다는
눈에서 뭔지모를 불편한 느낌,
마치 이질감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게 첫 번째 판단 미스였을까?

그리고 토요일 점심 무렵.
아기띠를 메고 아이를 안은 채 키즈카페에 있었다.

아기띠를 멘 지 약 1시간이 지났을 무렵,
눈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쉬고 싶었지만
키즈카페라는 장소에서 아이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그때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간단했다.
“예상치 못한 화학물질 자극이 뻔했다. 그런데 어디서 방출되는지는 알수 없었다. ”

아무튼 그 화학물질이 무엇에서 방출되는지 찾는게 관건이었다.
 

4. ‘충혈’이라는 말이 부족했던 거울 속 눈

집에 돌아와 거울을 봤다.
그 순간의 장면은 아직도 정확히 기억난다.

왼쪽 눈의 흰자위 핏줄은
선명한 붉은색이 아니었다.

👉 탁한 붉은 색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투명한 액체에 붉은 안료를 풀어
눈 위에 얇게 펴 발라 놓은 듯한 상태로 바뀌어갔다.

실핏줄 하나하나가 도드라지는 충혈 ❌
특정 부위 염증 ❌

👉 눈 표면 전체가 ‘덮여 있는 느낌’
검은자위와 흰자위의 경계는 그나마 보였고,
눈꼽이 끼는 눈 안쪽 가장자리에는
새끼손톱의 약 20% 크기에 달하는
노란색 눈꼽이 달려 있었다.

그 크기와 색은
“난생 처음 보는 모양”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 밤, 아기띠를 멘 채 소파에서 잠들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려 했지만 뜰 수가 없었다.

눈꺼풀이 붙은 느낌이 아니라, 눈을 여는 순간 통증과 눈물이 먼저 밀려왔다.

인공눈물을 넣고서야 겨우 시야가 열렸다.

나는 이때도
“2~3일이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5. 자동차 안의 물건과 내가 사용한 물건

늦은감이 있었지만, 나는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토요일 차안에 있던
아이가 처음 신은 새 신발
조수석 쪽 면바구니
운전석 뒤 유아용품 가방 속 기저귀

하나하나 의심했지만
반응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없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눈을 반쯤 감은 채 운전하여 출근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고가 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사무실에서 의심스러운 물건으로 보이는
택배용 종이상자 (약 2m 거리)
데스크탑 뒤 랜턴 충전기
이 두 가지를 치웠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때 눈의 상태는 주말보다 더 심각했다. 검은자위와 흰자위의 경계는 사라졌고, 눈의 색은 여번히 탁한 빨강색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화요일 오전, 통증이 지속되던 그 순간
문득 내가 입고 있던 회사 유니폼 상의가 의심스러웠다. 그 유니폼은 새거였고, 입은지는 1개월도 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유니폼을 집에서 평상시 입는 옷으로 바꿔 입었다.

약 10분 후, 눈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사라졌다.

그 순간 새 유니폼이 눈 통증과 충혈의 원인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판단이 들었다.

또한 그날 저녁, 아기띠를 메자
다시 왼쪽 눈 통증이 재발했다.

그 순간 아기띠 사용을 중단했고
다음 날 아침 눈 상태가 조금 호전되었다.

이건 당연히 우연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눈의 붉은 색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금요일 오후, 주황색 다이어리가
눈에서 30cm 이내에 놓였다.

다시 통증이 발생하여, 그 다이어리를 제거하니 역시나 통증은 사라졌다.
 

6. 요일별 회복 단계와 이후 대처방안

그리고 요일별 눈 상태는 아래와 같이 회복되고 있었다.
수요일: 운전 가능
목요일: 시야 안정
금요일: 맨눈 근무

특히 13일째이던 수요일은 체감 상 시력이 90%까지 회복됐고,
검은자위와 흰자위의 경계는 다시 또렷해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눈병이 아니었다.
👉 공기 중 화학물질이
눈 표면 전체에 영향을 미친 사례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답은 같았다.

> 약이 아니라, 제거
치료가 아니라, 거리 유지
 

물론 어떤 화학물질이 첫 시작이었는지는 아직도 아리송 하다....

제품 표면의 산세용액과 세척수의 혼합 용액이었는지? 아니면 작업복과 생활용품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이 직접적으로 눈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러한 상황 가운데 항상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는거라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화학적 알레르기 혹은 자극을 피하는 중요한 절차 중 하나는 공기 중으로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물건을 찾아 시야나 호흡기 주변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안전거리가 확보되어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초기에 세척수가 영향을 미쳤을지는 몰라도, 새 유니폼과 아기띠가 지속적으로 나의 눈에 영향을 미친 상황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