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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모컨에서 방출되는 미세 화학물질이 알레르기성 재채기와 가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무심코 내 코 아래 놓였던 리모컨은 TV를 보던 나에게 재채기와 가슴 통증을 유발했다.
1. TV는 냄새가 안 나는데, 왜 리모컨은 나를 아프게 할까?
우리는 TV를 사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리모컨이다.
그저 버튼을 눌러 TV를 켜고 끄는 단순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리모컨이 내 몸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보던 평범한 어느 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재채기가 연속적으로 터지고,
가슴 중앙이 살며시 쑤시는 통증이 찾아왔다.
뻔했다. 지금은 안보이지만 분명 공기 중 화학물질 자극이다.
그래서 나는 늘 하던 대로 주변을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TV가 아니라…
내 호흡기 바로 아래에 놓여 있던 리모컨이었다.
2. 이유 없는 재채기와 가슴 통증, 그리고 계속되는 미스터리
사실 나는 TV와 큰 인연이 없었다.
2010년대 이전, 초등학생 시절을 제외 하고는 TV를 거의 본적 없었고, 자취 시절에도 화면을 켜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다 결혼 후 첫째가 태어나면서 장모님이 돌봄을 도와주실 때 필요하여 TV를 샀다.
문제는 그 TV 자체에서 심한 냄새가 나 장모님이 재채기를 발작처럼 했다는 것.
시간이 지나며 TV 본체 냄새는 사라졌고, 거실로 나온 TV는 어느 순간 집안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다시 시작되었다.
TV를 보는데 갑자기 재채기,
그리고 아무 이유 없는 가슴 통증까지.
나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 보았으나,
거실 대부분의 물건은 의심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내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난 소파 위에 누워 있었고, 내 코 아래에는 리모컨이 있던 것이었다.
3. 혹시 이 작은 리모컨 때문인가?
내가 리모컨을 의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호흡기 바로 아래 위치하고 있었다.
이 말은 곧, 리모컨에서 나오는 모든 물질이 직접 내 코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방향제, 파일철, 플라스틱 용기 등
작게 방출되는 화학 물질(VOC)이 내 호흡기를 자극하면
재채기나 가슴 통증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리모컨 역시 ‘플라스틱+원가 절감 소재+염료+접착제’로 이루어진 물건이다.
특히 버튼 고무나 프레임 표면에서 방출되는 미세 VOC는 냄새가 거의 없어도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TV를 볼 때 갑자기 재채기를 하던 이유는
‘리모컨 때문’일 가능성은 충분했다.
4. 리모컨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
리모컨은 생각보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다.
✔ 버튼(고무·엘라스토머) 소재
고무류 소재 자체가 만들어질 때
가소제, 난연제, 잔류 용제 등이 사용된다.
이 성분들은 아주 소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 중으로 조금씩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 플라스틱 하우징
ABS, PVC, 저가형 플라스틱은
제조 후 수개월~수년 동안 미량의 VOC를 내뿜는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제품일수록 이 성향이 강하다.
✔ 호흡기와 너무 가까운 위치
이것이 핵심이다.
리모컨이 소파 위에서
코 아래 10~30cm 위치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물질이
희석될 틈도 없이
곧바로 호흡기로 직행한다.
냄새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호흡할 때는 전혀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몸은 정확히 반응한다.
호흡 → 호흡기 안쪽 미세 불쾌감 → 재채기 & 가슴 통증.
이건 결코 ‘예민함’이 아니라
호흡기가 자극원을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 정상적 반응이다.
특히 재채기가 나오기 직전의 특유 전구증상은 기분이 나쁘다.
코가 가렵거나 따갑진 않은데, 호흡기 안쪽에서 미세하게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몸이 반응을 시작하는 느낌에 이어 재채기가 발생했다.
5. 리모컨과 호흡기 사이에도 ‘안전 거리’가 필요하다
이후 나는 리모컨을
내 호흡기 아래가 아닌 조금 떨어진 소파 위로 옮겼다.
그리고 놀랍지만 당연한 일이 일어났다.
✔ 재채기가 사라지고
✔ 가슴 통증도 사라지고
✔ 소파에 누워 TV 보는 시간은 더 편안해졌다.
아주 단순한 변화였지만
내 몸이 보여준 반응은 확실했다.
물건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은
위치가 바뀌는 순간, 영향력도 호흡기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는 냄새가 안 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위험한 자극물질은 대부분 냄새가 없다.
몸은 냄새보다 먼저 반응한다.
그리고 작은 통증이나 재채기는
‘초기 경보’일 뿐이다.
6. 리모컨은 TV보다 TV 시청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경험도 역시 진부할 정도로 동일한 원리를 나에게 강조했다.
✔ TV는 멀리 있어도, 리모컨은 코 바로 아래에 있다.
✔ 호흡기를 자극하는 건 TV 뿐만 아니라 리모컨도 해당될 수 있다.
✔ 리모컨을 호흡기로부터 멀리 두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 반응은 사라질 수 있다.
리모컨뿐 아니라
새 플라스틱 용기, 새 가방, 파일철, 고무 패드, 방향제 등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자극원’이 있다.
따라서 나의 결론은 언제나 간단하다.
호흡기 아래는 분명 ‘청정 구역’이어야 한다.
리모컨을 멀리 두면 몸은 훨씬 편안해진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물건 하나가
우리의 호흡기 반응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