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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실내화가 사무실 재채기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접착제·염료 등 잔여 화학물질이 저의 호흡기를 자극해 알레르기 반응인 재채기를 유발하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1. 여름휴가 이후, 수상한 재채기
여름휴가가 끝난 뒤, 하루에도 두세 번씩 어김없이 사무실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감기도 아니고, 열도 없으며 몸은 멀쩡한데 오직 코만 괴상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회의 중이나 출퇴근 길처럼 원치 않는 순간마다 불시에 터져 나오니 더 난감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내 주변 어딘가에 분명 범인이 숨어 있다.”
그 순간부터 나의 생활 밀착추적이 시작됐다.
2. 하나씩 소환된 재채기유발용의자들
첫 번째 용의자는 책상 위 주황색 다이어리.
코와 불과 50cm 거리에 펼쳐져 있었고, 과거에도 의심스러운 전적(?)이 있었다.
그러나 치워도 재채기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은 새로 산 실내화.
책상 밑에 두면 눈가가 간질거리고 코가 따끔거려서 멀리 치워봤다.
호흡기로부터 1.2m 떨어 뜨렸는데도 여전히 재채기는 이어졌다.
그리고 가죽 안경집, 포스트잇, 금속 집게까지.
내 책상 위 모든 소품이 차례로 ‘용의자’가 되었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3. 의심된 생활습관
시원한 팥빙수를 먹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
팥빙수에 사이다를 곁들여 먹고, 거실 에어컨을 26℃로 맞춘 채 안방 차가운 바닥에서 그대로 잠들었던 것.
그리고 다음날, 재채기는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심해졌다.
“체온이 떨어져 면역력이 약해지니까, 코가 과민반응 하는 걸까?”
나의 쉴 새 없는 추적은 생활습관까지 뻗어갔다.
하지만 결론은 쉽게 내릴 수 없었고, 일단 보류했다.
4.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재채기 유발 범인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의심스러운 물건들을 하나씩 재검토했다.
그중에는 책상 왼쪽 데스크탑 벽에 붙여둔 포스트잇 테이프도 있었다.
마지막 후보라 생각하고 제거했지만, 여전히 재채기는 지속됐다.
그 순간, 최근에 구매한 실내화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처음, 그 실내화를 호흡기로부터 1.2m 떨어뜨렸을 때도 재채기는 발생했었다.
그래서 추가 실험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실험방법은 무척 간단했다. 내호흡기로부터 그 실내화를 더 멀리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 1.2m 거리 → 재채기 발생
•1.4m 거리 → 여전히 발생
•1.7m 이상 거리 → 거짓말처럼 멈춤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고, 휴가 때 차 안에서도 회사에서도 함께였던 바로 그 실내화.
바로 그것이 진짜 범인이었다.
사실 실내화를 구매하자마자, 표면의 화학물질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물과 비누로 세척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따지면 그 화학물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재채기 사건의 범인은 실내화였다.
5. 왜 그 실내화가 재채기를 유발했을까?
신발이나 실내화에는 제조과정에서 사용된 접착제, 염료, 가죽처리제의 잔여 화학성분이 남아있다.
제품생산과 동시에 이 화학성분은 공기 중으로 미세하게 퍼지며, 인근에 있는 사람의 호흡기를 자극한다.
특히 환기가 부족한 공간에서는 더 예민하게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신발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는 편도염, 임파선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드물게는 뒤통수 종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발밑의 작은 신발 한 켤레가 호흡기에 예상치 못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 구매한 실내화에서 화학물질 방출이 줄어들어 증상이 완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그 시점이 될지는 알 수 없으므로, 사용하면서 수시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6. 생활의 질을 바꾸는 알레르기 유발 범인추적
결국 이번 재채기의 범인은 새 실내화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직접 골라 산 물건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원칙을 추가했다.
새 신발은 반드시 호흡기에서 최소 2m 이상 떨어진 곳에 둘 것
가능하다면 밀폐된 신발함에 보관할 것
사소한 재채기를 단순한 불편으로 넘기지 않고, 작은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야 범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호흡기를 자극하는 범인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 범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 발밑을 시작으로 책상 주변·잠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물건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건 단 하나, 추적하는 사람의 집요함 뿐이다.

